들어가며
별도의 신용 심사 없이 빠르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그 편리함 덕분에 이용하는 분들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2022년 말 68조 1천억 원에서 2023년 말 71조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쉽고 빠르다'는 장점 뒤에는 반드시 알아야 할 함정이 숨어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준비한 보험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죠. 오늘은 실제 금융소비자 민원 사례를 바탕으로, 보험계약대출을 이용할 때 당신의 뒤통수를 칠 수 있는 4가지 유의사항을 짚어보겠습니다.
1. 연금 받으려다 낭패? 대출금 안 갚으면 연금이 막힐 수 있습니다.
노후를 위해 꼬박꼬박 부어온 연금보험. 그런데 이 보험으로 약관대출을 받은 뒤 상환하지 않으면, 정작 연금을 받아야 할 때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개인적으로 가입한 연금보험(종신연금형)에서 연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로부터 "약관대출을 먼저 갚아야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연금 지급이 시작(연금 개시)되면, 대출의 담보였던 '해약환급금'이라는 목돈이 연금 지급을 위한 재원으로 '전환'되기 때문입니다.
담보로 잡을 목돈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므로, 보험사는 이 전환이 이루어지기 전에 대출 원리금 상환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다만 모든 연금보험에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평생 연금을 받는 '종신연금형'은 대출 상환이 필수적이지만, 정해진 기간 동안만 연금을 받는 '확정형 연금보험' 등은 전체 연금액이 대출 원리금보다 클 경우 대출을 갚지 않아도 연금 수령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내 연금보험의 종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후 안정적인 연금 수령을 위해 보험계약대출 상환 계획을 수립하여 관리해야 합니다.
2. '연체이자 없음'의 함정: 이자가 원금이 되는 복리 폭탄
보험계약대출은 일반 신용대출과 달리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해도 '연체이자'가 붙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이자 좀 밀려도 괜찮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 무서운 복리 함정이 숨어있습니다.
연체이자는 없지만, 내지 않은 이자(미납이자)는 그대로 대출 원금에 더해집니다. 그리고 다음 달 이자는 이자가 더해져 불어난 새 원금을 기준으로 계산됩니다. 즉, 시간이 지날수록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복리 폭탄'이 터지는 것이죠. 실제 민원인 박OO 씨는 이자를 장기간 미납하다가, 불어난 대출 원리금이 해약환급금을 초과해 만기가 되기도 전에 보험계약이 강제 해지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만약 대출 원리금이 해약환급금을 넘어서게 되면, 보험사는 그 금액만큼 상계하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출 원금 1,000만 원(금리 6.5%)을 빌리고 이자를 한 번도 내지 않았을 때 원리금이 어떻게 불어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대출 원금: 1,000만원 (금리 6.5%)
• 1년 후 원리금: 1,065만원 (이자 65만원 발생)
• 2년 후 원리금: 1,134.2만원 (이자 69.2만원 발생)
• 3년 후 원리금: 1,207.9만원 (이자 73.7만원 발생)
3. 헤어진 배우자가 왜? 끝나지 않는 '자동이체'의 굴레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실제 발생한 민원 사례입니다. 어느 날 자신의 은행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발견했는데 확인해보니, 헤어진 전 배우자가 새로 받은 약관대출의 이자가 본인 동의도 없이 자동이체로 출금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과거에 배우자의 약관대출 이자 납입을 위해 계좌를 자동이체로 등록했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약관대출 자동이체는, 한번 설정해두면 해당 대출금을 전부 갚더라도 해지 신청을 하지 않는 한 그 효력이 유지됩니다. 이후 동일한 보험 계약에서 새로운 대출이 발생하면, 별도의 예금주 동의 절차 없이 이전에 등록된 계좌에서 자동으로 이자가 출금되는 것입니다.
이런 황당한 상황을 막으려면, 자동이체 중단을 원하는 예금주가 직접 보험회사에 연락해 자동이체 해지를 신청해야 합니다. 보험 계약자가 아닌, 통장 주인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재테크 전문가 TIP> 다시 대출받을 계획이 없더라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자동이체는 미리 해지해두는 것이 안전한 금융 습관입니다.
4. 급할 때 믿었는데 대출이 안 되는 보험도 있습니다
"급전이 필요할 때 가입해 둔 보험으로 약관대출 받으면 되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모든 보험 상품이 약관대출을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험계약대출은 기본적으로 만기나 중도 해지 시 돌려받을 수 있는 돈, 즉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그 범위 내에서만 가능합니다. 따라서 다음 두 가지 경우를 주의해야 합니다.
첫째, 상품 전체가 대출이 불가능한 경우입니다. 해약환급금이 아예 없는 순수보장성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둘째, 가입한 특약(rider)이 대출 한도에서 제외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종신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만기가 되면 환급금 없이 소멸하는 순수보장형 특약(소멸성 특약) 부분은 해약환급금이 없으므로 대출 가능 금액을 계산할 때 제외됩니다.
긴급 자금이 필요해 약관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하는 낭패를 겪지 않으려면, 애초에 보험에 가입할 때부터 내가 선택한 상품이 약관대출이 가능한 상품인지 미리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보험 가입시 향후 자금 수요 대비 등을 위하여 보험계약대출이 가능한 상품인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치며
보험계약대출의 '편리함'은 '단순함'과 동의어가 아닙니다. 오늘 살펴본 네 가지 함정은 모두 이 편리함 뒤에 숨겨진 책임과 조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발생했습니다. 연금이 대출과 무관할 것이라는 착각, 연체이자가 없으니 괜찮을 것이라는 안일함, 대출 상환이 자동이체 해지를 의미할 것이라는 오해, 모든 보험이 대출 가능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바로 그것입니다. 당신의 보험은 미래를 위한 든든한 안전망입니다. 그 안전망을 지키기 위해, 편리함 이면에 숨겨진 책임의 무게를 정확히 이해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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